어느 동네의 소년이 다섯살에 천자문을 배우기 시작하여 맨 첫번째 문장인 "천지현황(天地玄黃)"을 가지고 일곱 살까지 배웠지만 3년동안 계속해서 천지현황만을 외고 있었다.
소년의 배움이 더딘것에 화가난 스승은 소를 끌어내어 소년의 앞에 세워놓고 고삐를 세게 잡아 끌어 위로 쳐들면서 "하늘 천" 하고 아래로 세게 잡아 내리며 "따 지"하기를 몇 번 반복 한 뒤에 고삐에서 손을 떼고 나서 "하늘 천"하고 스승이 외치니 소가 머리를 위로 올리고, "따 지"라고 외치니 소가 머리를 아래로 내리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스승이 말하기를 "이것 보아라! 한낱 소 같은 짐승도 몇 번을 가르치지 않아 "하늘 천"과 "따 지"를 외치면 그를 알지 않느냐 그런데 너는 짐승도 아닌 사람이면서 이 어찌 "천지현황"을 삼년이나 외우고 있느냐 너는 소만도 못하구나! 라고 꾸짖었다.
그러자 이 소년은 스승의 눈을 바라보며 "천지현황을 삼년독(天地玄黃, 三年讀)하니, 언재호야(焉哉乎也)를 하시독(何時讀)고"라고 하며 글을 읊는 것이었다.
- 천자문의 첫번째 글 귀는 천지현황(天地玄黃) 네 글자 이며 맨 마지막 줄이 언재호야(焉哉乎也)이다.
즉, 천자문의 첫번째 줄 "천지현황"을 삼년 읽었으니 맨 마지막 "언재호야"는 어느때나 읽을 고 라는 뜻이다.
소년은 사실 이미 천자를 모두 다 외우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제서야 소년의 스승은 "아... 너는 이미 천자를 모두 다 읽고 있었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너를 소만도 못하다고 하였으니 미안하다"라고 하였다.
소년은 이미 천자문을 모두다 외우면서도 어찌하여 천지현황에 대해 3년동안이나 그토록 모른다고 했을까?
사실 이 소년은 어린 나이에도 단순히 학문을 외우는것으로만 그치지 않고 천자문을 익히면서 "천지현황"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알고자 했던 것이다.
비록 네 글자인 "천지현황"은 외우기에는 짧다 하여도 이해하기애는 글을 많이 배운 어른도 알기 어려운 글이다.
이렇든 배움은 단순히 외우는 것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얼마나 깊이있게 이해하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이 소년은 이후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논쟁을 벌린 조선 중기의 고봉 기대승 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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